직장인 마음의 변화, 시간을 사는 기분

요즘 들어 부쩍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주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 있고, 월요일 아침이면 벌써 지난주가 아득하다. 이런 감각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0~30대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반복적인 일상과 디지털 기기에 의한 주의 분산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나도 얼마 전까지 같은 패턴의 아침을 반복했다. 7시 기상, 씻고 커피 한 잔, 지하철에서 뉴스 크롤링, 회사 도착 후 이메일 확인… 이 모든 과정이 자동화된 듯 무의식적으로 흘러갔다. 그러다 문득 ‘어제 뭐 했더라?’ 싶을 때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하루가 통째로 블랙아웃된 느낌이었다. 이런 경험은 나뿐 아니라 주변 동료들도 공통적으로 호소한다. 점심시간에 “벌써 수요일이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면, 우리는 이미 시간의 흐름에 무감각해진 건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은 무한정 길게만 느껴졌고, 수업 시간은 지루할 정도로 더뎠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루틴에 갇히고,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다 보니 뇌가 새로운 자극을 덜 받게 된다. 뇌과학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이 없으면 시간을 압축해서 인식한다고 한다. 즉, 같은 일만 반복하면 하루가 순삭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년에 3개월 동안 거의 같은 메뉴로 점심을 먹었다. 회사 근처 김치찌개집이 너무 맛있어서였는데, 나중에 그 기간을 회상하려면 ‘그때 김치찌개만 먹었지’라는 단편적인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반대로, 최근에 처음 가본 전시회에서는 2시간 동안 본 게 실제로는 4시간처럼 느껴졌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와, 오늘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이런 대비가 시간 지각의 비밀을 보여준다.

직장인으로서 나도 이 흐름을 깨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해봤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항상 듣는 음악 대신 팟캐스트를 틀거나, 점심시간에 평소 안 가던 골목을 걸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확실히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위키백과의 시간 지각 문서에 따르면, 새로운 자극은 뇌의 기억 저장을 촉진해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팟캐스트로 경제 뉴스를 듣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 이상으로 출근길이 ‘학습 시간’으로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또한 점심시간에 다른 동네를 걸으면 새로운 카페나 작은 공원을 발견하게 되어 그날의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이런 작은 변화가 모여 하루의 질을 바꾼다는 걸 체감했다.

또 다른 측면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다. 스마트폰으로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하다 보면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면 시간 감각이 완전히 마비된다. 이런 ‘죽은 시간’이 쌓이면 주관적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1시간 단위로 디지털 디톡스를 계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내 경험상, 저녁 8시부터 9시까지는 핸드폰을 멀리하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데, 처음에는 손이 근질거렸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그 한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더불어 수면의 질도 좋아져서 다음 날 아침이 덜 피곤했다. 한 친구는 아예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잔다고 하는데, 그 효과가 크다고 자랑했다. 디지털 기기가 시간을 도둑질하는 주범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사회 구조적 요인도 있다. 한국 직장인들의 평균 근로 시간은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은 개인 시간을 잠식하고, 결과적으로 시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한다. 통계청의 2023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20대 직장인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3.8시간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에 쓰인다. 나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 기간에는 주말에도 출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일요일 저녁이 되면 ‘또 월요일이네’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시간이 더 빨리 도망가는 기분이 든다. 이런 구조적 압박이 개인의 시간 지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사례를 좀 더 들여다보면,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시간 관리’보다 ‘시간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예컨대 ‘오피스 텔레그노시스’라는 개념이 유행인데, 이는 사무실에서도 몰입감 있는 경험을 통해 시간을 의미 있게 쓰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에서는 업무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생산성을 측정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 ‘타임 블로킹’ 기법을 도입해 보았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의 포모도로 기법을 변형해서 오전에 3회, 오후에 3회씩 적용했더니, 예전보다 업무 효율이 오르고 시간이 덜 지루하게 느껴졌다. 특히 중요한 업무는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몰아서 처리하는데, 그 두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시간을 ‘산다’는 표현이 다소 상업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돈을 주고 시간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배달 앱에 추가 비용을 내고 빠른 배송을 받거나, 유료 구독 서비스로 광고 없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소비 행위로, 현대인의 시간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나도 넷플릭스 광고 없는 요금제를 쓰는데, 한 달에 1만 7천 원 정도 더 내지만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또,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회사 근처로 이사한 친구는 월세가 20만 원 올랐지만 ‘하루 2시간을 벌었다’며 기뻐한다. 이런 소비 패턴은 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현대인의 이중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우리는 시간이 돈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시간을 사는 데는 인색한 경우가 많다.

전망을 말해보자면, 앞으로 시간에 대한 인식은 더욱 개인화될 것이다. AI와 자동화가 일상 업무를 대체하면서 인간은 창의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간 빈곤’ 현상은 심화될 수도 있다. 정보 과부하와 무한 경쟁 사회에서 개인이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AI 비서가 일정 관리를 대신해 주지만, 오히려 더 많은 알림과 할 일 목록에 시달리게 되는 역효과도 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시도 중이다. 불필요한 앱 알림을 모두 끄고, 하루에 세 번만 이메일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업무가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져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미래에는 개인 맞춤형 시간 관리 기술이 발전하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능력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경험하느냐다. 나는 앞으로도 의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디지털 사용을 조절하며, 내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블로그에도 이런 고민을 종종 기록하려 한다. 어쩌면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자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시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세 가지만 적어두는 건데, 이를 통해 내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다. 예상외로 작은 순간들이 하루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예를 들어, 길가에 핀 벚꽃을 잠시 감상한 일이나, 동료와 나눈 짧은 웃음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경험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려 한다.

다음 글에서는 최근 빠져 있는 ‘마스크요’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 한다. 요즘 신상 마스크가 너무 예뻐서 자꾸 지르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