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파산과 안전망의 공백

요즘 몇몇 뉴스 기사를 보다 보면 참 씁쓸한 현실이 떠오른다. 특히 청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부실한 사회 안전망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한겨레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청년 파산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기존 안전망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한겨레 분석에서는 진실화해위 출범 100일을 맞아 진실규명 건수가 급증한 사실도 언급했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안전망이 너무 성기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30대 개인파산 건수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이었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1인 가구 청년의 월 평균 생활비가 180만 원에 달하지만, 실업급여 수급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청년들이 경제적 충격에 노출되었을 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파산과 안전망의 공백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첫째, 청년층은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40%에 육박하며, 이들 중 고용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둘째,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의하면 서울 원룸 평균 보증금이 3년 새 20% 상승했고, 대학 등록금은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셋째, 정부 지원 정책이 있지만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정보 접근성이 낮아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청년희망적금이나 청년내일저축계좌 같은 상품은 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수혜율이 50%를 넘지 못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쌓이고 쌓여 파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자 폐업 증가가 청년층의 경제적 기반을 더욱 흔들어 놓았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20대 자영업자 수가 10% 가까이 줄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실제로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0대 후반인 그는 취업 후 3년째지만 월급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 상환에 쓰인다고 한다. 한번 병원에 다녀오면 의료비가 부담돼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이런 사례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 초년생이 경제적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형사전문변호사 같은 곳을 참고하면 좋지만, 그전에 예방적 차원의 지원이 더 절실하다. 필자가 아는 또 다른 사례를 보면, 30대 초반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는 갑작스러운 프로젝트 중단으로 수입이 끊기자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카드 대금 연체가 쌓였고,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해야 했다. 그녀는 “정부 지원을 알아보려 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해당되는 제도가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일화들은 청년층이 경제적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청년 파산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재정 관리 실패로 치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파산자 중 약 70%가 예상치 못한 의료비나 실직 같은 외부 요인으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다고 응답했다. 이는 청년층이 충분한 비상 자금이나 보험을 갖추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주거비 부담이 특히 심각한데, 서울의 경우 월세가 소득의 40%를 넘는 청년 가구가 전체의 30%에 달한다. OECD 평균이 2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이러한 주거비 부담은 청년들이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력을 빼앗아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더불어, 청년들의 금융 이해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금융 이해력 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았으며, 특히 신용 관리와 채무 상환 계획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이는 청년들이 고금리 대출이나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20대의 대부업체 이용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금융 교육의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청년 파산 문제가 개인의 탓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책적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청년 대상 금융 교육 강화나 채무 조정 제도 개선, 주거 지원 확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회에서는 청년기본법 개정안과 청년주거안정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또한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공동체 펀드나 멘토링 프로그램 등 자발적인 안전망이 늘어날 것이다. 예컨대, ‘청년희망펀드’나 ‘사회연대은행’ 같은 민간 주도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도 활성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속도를 내느냐는 것이다. 기성세대와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 확대나 주거 지원 제도 도입을 통해 청년 직원들의 경제적 안정을 도울 수 있다. 또한, 개인 차원에서는 또래와의 경제 정보 공유나 소액 투자 모임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글을 쓰면서 든 생각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지금부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청년 파산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