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은 원래 엄숙하고 차분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근래 들어 법정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이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변호사, 법정에서 집단으로 퇴정하는 검사, 심지어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넘겨 패소하게 만든 사례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법이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협력 위에서 돌아가는지, 그리고 그 협력이 무너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다.

이번에 특히 눈에 띈 것은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넘긴 변호사로 인해 패소한 아이돌 출신 가수의 사연이었다. 가수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인 변호사의 실수로 불이익을 받는 상황.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절차가 알아서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현실은 다르다. 변호사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는 의뢰인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매년 수십 건의 변호사 징계 사례가 접수되며, 그중 상당수가 업무 태만이나 절차상의 실수와 관련되어 있다. 이런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법원에 제출된 기록을 보면, 항소장 자체는 제때 제출했지만 항소이유서를 기한 내에 내지 못해 상소가 기각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당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법은 절차를 중시한다.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실체적 진실이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조계의 오래된 고민이기도 하다.
사실 재판 절차에서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형사 사건의 경우,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없으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선택이 결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변호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의뢰인은 마치 맹인이 길을 잃은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 나는 한 지인을 통해 이런 경험을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지인의 친척이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되었는데, 선임한 변호사가 증거 수집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합의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한다. 결국 다른 변호사로 바꿔 겨우 사건을 해결했지만, 그 과정에서 몇 개월을 허비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변호사 선임은 단순히 이름값만 보고 할 일이 아니다. 그 변호사가 실제로 사건을 얼마나 꼼꼼히 처리하는지, 과거의 유사 사건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문 분야가 분명한 변호사라면 더욱 신뢰할 만하다.
최근 보도된 압구정동 학폭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변호사가 유족에게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의뢰인은 변호사를 믿고 재판을 맡겼는데, 정작 재판이 열리는 날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재판이 지연되고, 의뢰인은 불안과 초조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하락해 왔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법원과 변호사에 대한 불신이 두드러진다. 이는 단순히 개별 변호사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재판 지연, 높은 변호사 비용, 그리고 절차의 복잡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그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사람들은 법이 공정해야 한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 기대가 무너질 때,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만 극히 일부의 사례가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법이다. 그래서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신중해지곤 한다.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를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래를 앞두고 있다면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지식재산권 분쟁이 있다면 특허 전문 변호사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그 전문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문제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식 사이트에서 징계 이력을 조회할 수 있고, 각종 법률 커뮤니티에서 실제 의뢰인들의 후기를 참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다. 직접 겪어본 사람의 경험담은 어떤 광고보다 신뢰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서비스를 선택할 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이름값이나 광고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실제로 사건을 맡을 변호사가 누구인지, 그동안의 이력과 전문 분야를 꼼꼼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범죄 사건처럼 민감한 문제라면,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 자문이 필요하다면 성범죄전문변호사와 같은 곳을 참고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실제로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정신적 충격이 큰 사건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법적 지식뿐만 아니라 심리적 지원까지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 변호사는 이런 부분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해도, 의뢰인은 변호사와의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무너진다. 그리고 그 기대가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받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들은 법을 믿지 않게 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법원을 통하지 않고 개인 간의 합의나 조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또한, 법조인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법조계를 기피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로스쿨 지원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장기적으로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다. 한쪽에서는 변호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변호사가 업무를 소홀히 해도 제대로 된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절차는 복잡하고 오래 걸리며, 징계 수위도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선택할 때 충분한 정보 없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법률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대표적인 분야다. 변호사는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기 쉽고, 의뢰인은 이를 검증할 수단이 부족하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있는지도 모른다. 제도적 보완이 없으면 의뢰인의 선택은 여전히 어렵고, 변호사의 전문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채 남을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변호사 개인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변호사 의뢰인 간의 계약을 표준화하고, 업무 수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변호사 징계 정보를 공개해 의뢰인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같은 일반인도 최소한의 법적 지식을 갖추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검색 한 번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지만, 여전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는 존재한다. 법률처럼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스스로도 기초적인 절차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야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조금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법은 우리 모두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법을 이해하고, 법을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소양이 되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법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권리와 절차에 대한 이해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쌓이다 보면, 법조계에 대한 신뢰도 조금씩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 우리 사회의 정의가 더욱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